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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하거나 어려운 도메인의 신규 기능 기획을 맡았을 때, 어떻게 기획해야 할까Product 2026. 4. 5. 22:51
제품의 신규기획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순간을 만난다.
내가 잘 아는 서비스, 익숙한 산업, 자주 써본 기능만 맡게 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오히려 회사 안에서 중요한 프로젝트일수록, 그리고 새롭게 확장하는 사업일수록
기획자는 종종 생소하거나 어려운 도메인을 맡게 된다.법률, 회계, 의료, 제조, 부동산, 시설관리처럼
용어부터 업무 흐름까지 낯선 영역을 처음 접하게 되면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든다.“내가 이걸 제대로 기획할 수 있을까?”
“도메인 지식이 부족한데 잘못 방향을 잡으면 어떡하지?”
“전문가도 어려워하는 내용을 내가 정리할 수 있을까?”나도 이런 고민을 자주 했다.
그리고 지금은 한 가지를 분명히 느낀다.어려운 도메인을 맡았을 때 기획자에게 필요한 것은 ‘처음부터 다 아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구조를 파악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다.
오늘은 낯선 도메인의 기획을 진행할 때, 기획자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면 좋은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1. 먼저 인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다 이해할 수는 없다
어려운 도메인을 맡았을 때 가장 위험한 태도는 두 가지다.
하나는,
모르는 것을 숨긴 채 아는 척하면서 기획을 시작하는 것.다른 하나는,
너무 어려워 보여서 시작 자체를 미루는 것.낯선 도메인은 당연히 어렵다.
용어도 생소하고, 이해관계자들이 당연하게 쓰는 표현조차 처음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막막해진다.이럴 때 중요한 건
“내가 아직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이 인정이 있어야 질문이 나온다.
질문이 있어야 맥락이 보인다.
맥락이 보여야 기획이 시작된다.기획자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대신 전문가들의 지식을 서비스 요구사항으로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
2. 도메인을 공부하려고 하지 말고, 먼저 ‘업무’를 이해해야 한다
낯선 도메인을 맡으면 보통 가장 먼저 공부부터 하려고 한다.
관련 자료를 찾고, 법이나 정책을 읽고, 산업 구조를 검색한다.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이 순서만으로 접근하면 금방 한계에 부딪힌다.왜냐하면 기획자에게 필요한 것은
도메인 자체를 학문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메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어떤 흐름으로 해결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어떤 분야의 전문 용어를 많이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런 질문들이다.
- 사용자는 어떤 상황에서 업무를 시작하는가?
- 어떤 정보를 보고 판단하는가?
- 중간에 가장 많이 막히는 지점은 어디인가?
-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는가?
- 그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드는 단계는 무엇인가?
- 실수가 자주 발생하는 포인트는 어디인가?
즉, 기획자는 도메인을 “지식”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이 관점이 잡히면 기획이 훨씬 현실적이 된다.
3. 전문가의 말을 그대로 적지 말고, 구조화해서 다시 정리해야 한다
어려운 도메인 기획에서 자주 생기는 문제 중 하나는
전문가 인터뷰를 열심히 했는데도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경우다.분명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막상 문서로 정리하려고 하면 무엇이 핵심인지 구분이 안 된다.이건 인터뷰를 잘못해서라기보다
전문가의 언어와 기획자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전문가는 자신의 경험과 업무 맥락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기획자는 그 설명을 서비스 설계 관점으로 다시 정리해야 한다.그래서 인터뷰를 들을 때는 단순히 받아적기보다 아래와 같은 프레임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좋다.
- 이 업무의 시작 조건은 무엇인가
- 누가 어떤 역할로 참여하는가
- 어떤 입력값이 필요한가
- 어떤 판단 기준으로 다음 단계가 갈리는가
- 최종 결과물은 무엇인가
- 예외 케이스는 무엇인가
이렇게 정리하면 복잡한 도메인도 조금씩 흐름도와 정책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기획 가능한 상태가 된다.
4. 모호한 개념을 바로 기능으로 만들지 말고, 판단 기준부터 잡아야 한다
어려운 도메인에서는 특히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건이 복잡한 요구사항이 많다.예를 들어 사용자가 원하는 건 “자동으로 판단해달라”, “추천해달라”, “쉽게 보여달라” 같은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요청을 그대로 기능으로 만들면 대부분 문제가 생긴다.왜냐하면 그 안에는 반드시
판단 기준, 예외 조건, 책임 범위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기획자는 기능 화면을 먼저 그리기보다
그 기능이 의존하는 기준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무엇을 기준으로 자동 판단하는가?
- 기준이 충돌하면 어떤 우선순위를 따르는가?
- 데이터가 부족하면 어떤 메시지를 보여주는가?
- 사용자가 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어떤 근거를 제공해야 하는가?
- 시스템이 틀렸을 때 사용자가 수정할 수 있는가?
도메인이 어려울수록
기능보다 먼저 판단 로직과 책임 경계를 설계해야 한다.이걸 건너뛰면
화면은 나왔는데 실제 운영에서는 쓸 수 없는 기능이 된다.
5. 내가 이해한 내용을 반드시 다시 설명해봐야 한다
어려운 도메인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그 감각은 꽤 자주 착각이다.진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이해한 내용을 다시 설명해보는 것이다.전문가에게 이렇게 말해보면 좋다.
“제가 이해한 흐름이 맞다면, 현재 업무는 이런 순서로 진행되는 거죠?”
“이 판단은 결국 A와 B를 보고 C를 결정하는 구조라고 이해했는데 맞을까요?”
“예외 케이스는 크게 이 세 가지로 보면 될까요?”이 과정을 거치면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내가 어디를 정확히 이해했고 어디를 오해했는지 빨리 알 수 있다.
둘째, 전문가 입장에서도 “이 기획자가 지금 어디까지 이해했는지”를 알 수 있어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쉬워진다.특히 어려운 도메인일수록
듣는 것보다 다시 말해보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
6.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풀려고 하지 말고, 작은 단위로 쪼개야 한다
어려운 도메인의 기획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부분 범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도메인 자체가 복잡한데, 거기에 시스템화해야 할 업무 범위까지 넓으면
무엇부터 정리해야 할지 막막해진다.이럴 때는 반드시 문제를 작은 단위로 쪼개야 한다.
예를 들어 전체 업무를 한 번에 다 다루기보다
- 가장 빈도가 높은 업무는 무엇인지
- 가장 반복적인 과정은 무엇인지
- 가장 실수 비용이 큰 단계는 무엇인지
- 가장 먼저 자동화했을 때 효과가 큰 영역은 무엇인지
이런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나눠야 한다.복잡한 도메인을 기획할 때 중요한 것은
“전체를 다 이해한 뒤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작더라도 명확하게 이해한 범위부터 제대로 푸는 것이다.작게 풀수록 검증이 빠르고, 검증이 빠를수록 도메인 이해도도 더 빨리 올라간다.
7. 결국 기획자의 역할은 ‘전문지식’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 언어’를 만드는 것이다
어려운 도메인을 맡다 보면 가끔은 내가 전문가가 되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낀다.
하지만 실제로 기획자의 핵심 역할은 조금 다르다.
기획자는 도메인 전문가가 쓰는 언어,
개발자가 쓰는 언어,
디자이너가 이해하는 언어,
사용자가 느끼는 문제를
하나의 공통 언어로 연결하는 사람이다.전문가는 정확성을 말하고,
개발자는 구현 가능성을 말하고,
디자이너는 사용 흐름을 말하고,
사용자는 불편함을 말한다.이 여러 언어가 충돌하지 않도록
정리하고 번역하고 우선순위를 잡는 것.
그게 어려운 도메인에서 기획자가 특히 잘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요즘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식
낯선 도메인을 맡았을 때 나는 이제
무작정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대신 이런 순서로 접근하려고 한다.
- 이 도메인에서 사용자가 실제로 하는 업무를 파악한다.
- 그 업무의 흐름과 판단 기준을 구조화한다.
- 전문가의 설명을 서비스 요구사항 언어로 번역한다.
- 예외 케이스와 책임 경계를 먼저 정리한다.
- 작은 범위부터 검증하면서 이해를 확장한다.
이 방식이 좋은 이유는
도메인을 완벽하게 아는 상태를 기다리지 않아도
기획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그리고 무엇보다,
어려운 도메인일수록
기획자 혼자 모든 답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좋은 질문과 좋은 구조화를 통해 팀이 함께 답을 찾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마무리
생소하거나 어려운 도메인을 맡으면 처음에는 위축되기 쉽다.
내가 잘 모른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하지만 돌아보면,
그런 도메인일수록 오히려 기획자의 본질적인 역량이 더 잘 드러난다.정보를 빠르게 흡수하는 힘,
복잡한 내용을 구조화하는 힘,
전문가의 언어를 제품 언어로 번역하는 힘,
그리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하는 힘.어려운 도메인을 맡았다는 건
불리한 출발점이 아니라,
기획자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기회를 맡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나 역시 아직 배우는 중이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어려운 도메인의 기획은 많이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려는 방식이 있는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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