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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규 가입자 절반이 첫날 이탈했다 — 코호트 분석으로 찾은 진짜 원인

jam3317 2026. 8. 2. 12:36
📌 me:mory 프로젝트 — 소중한 사람을 기억해주는 iOS 앱을 혼자 만들고 있습니다.
① 문제 정의
② 가입자 절반이 첫날 떠난 이유
③ 네이버 API가 사라진 날

 

상황

앱을 출시하고 지인들에게 링크를 돌린 지 2주가 지났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운영 DB를 제대로 열어봤는데, 생각보다 아팠습니다.

  • 누적 가입 18명
  • 최근 7일 활성 8명
  • 첫날 이후 아무 기록이 없는 사용자 9명 (50%)

 

특히 7월 20일 하루에 13명이 가입했습니다(지인들에게 링크를 뿌린 날이에요). 이 코호트를 따로 떼서 보니 이랬습니다.

 
코호트 내 행동인원

 

가입 당일 이후 흔적 없음 9명
며칠 더 사용 (2~5일) 3명
2주 뒤에도 간헐적 사용 1명

 

1차 가설 — "핵심 경험을 못 봐서 떠났다"

 

이 앱의 핵심 경험은 명확합니다. 약속을 저장하는 순간, 그 사람에 대해 담아둔 기억이 편지처럼 뜨는 것. 제가 아하 모먼트로 설계한 지점이에요.

 

그래서 먼저 이걸 봤습니다.

 

-- 사용자별 '핵심 경험' 도달 여부
select u.id,
       (select count(*) from events e where e.user_id = u.id) as events_created,
       (select min(sr.surfaced_at)
          from surfaced_reminders sr
          join events e on e.id = sr.event_id
         where e.user_id = u.id) as first_letter_at
from auth.users u;

 

결과는 가설과 맞아 보였습니다. 이탈자 대부분이 약속을 하나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등록하고 기억을 몇 개 담은 뒤, 약속은 안 만들고 떠난 거예요. 핵심 경험까지 못 갔으니 붙잡힐 이유가 없었다 — 깔끔한 결론이었습니다.

 

여기서 멈췄으면 "온보딩에서 첫 약속 등록을 더 세게 유도하자"는 액션으로 갔을 겁니다.

 

반증 — 핵심 경험을 본 사람들도 떠났다

 

확인 차원에서 핵심 경험에 도달한 사용자만 따로 뽑아봤습니다. 5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후 활동 일수를 셌더니:

 
사용자첫 편지 이후 활성 일수

 

A 0일
B 0일
C 1일
D 1일
E 3일

 

아하 모먼트를 경험한 사람들도 똑같이 떠났습니다. 가설이 무너졌어요.

이때부터가 진짜 분석이었습니다. "핵심 경험이 잘못 설계된 건가?"까지 의심이 갔거든요.

 

2차 분석 — 편지에 실린 '기억의 나이'를 재보다

 

한참 들여다보다가, 편지에 실제로 어떤 기억이 실렸는지를 보기로 했습니다. 정확히는 그 기억이 언제 작성된 것인지를요.

 

-- 편지에 노출된 기억의 '나이' 분포
select
  count(*) as total,
  count(*) filter (where sr.surfaced_at::date = m.created_at::date) as same_day,
  count(*) filter (where sr.surfaced_at - m.created_at between interval '1 day'
                                                           and interval '7 days') as within_7d,
  count(*) filter (where sr.surfaced_at - m.created_at > interval '7 days') as over_7d,
  round(avg(extract(epoch from sr.surfaced_at - m.created_at)) / 86400, 1) as avg_age_days
from surfaced_reminders sr
join memories m on m.id = sr.memory_id;

 

 

여기서 답이 나왔습니다.

이탈한 5명 전원의 첫 편지가 '가입 당일'이었습니다.

 

 

방금 자기 손으로 쓴 기억이 몇 분 뒤에 그대로 다시 뜬 것입니다.

앱이 보여준 건 기술적으로는 정확히 설계대로였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런 경험이었어요.

 

"방금 내가 쓴 거잖아?"

 

이전 글에서 제가 이 앱의 감동을 이렇게 정의했다고 썼습니다.

 

아하 모먼트 = 애정 × 망각

 

그런데 신규 사용자에게는 망각이 0입니다. 가입 첫날에 잊어버린 기억이 있을 리가 없죠. 저는 이 공식을 제 문서에 적어두고도, 정작 망각이 0인 상태의 사용자에게 핵심 경험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발견 — 아하 모먼트에는 '시간' 차원이 있다

 

정리하면 이 제품의 아하 모먼트에 도달하려면 세 가지가 겹쳐야 합니다.

  1. 기억을 담고
  2. 잊을 만큼 시간이 지나고
  3. 그 사람과 약속이 잡혀야 한다

 

2번이 문제였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1~2주는 걸립니다.

 

그런데 저는 그 1~2주를 버티게 할 장치를 설계하지 않았어요.

 

실제 데이터도 그걸 보여줬습니다 — 지금까지 편지에 노출된 기억 134건 중 작성 당일 기억이 14%, 평균 나이는 6일밖에 안 됩니다. 서비스가 어려서 "잊을 만큼 오래된 기억" 자체가 코퍼스에 별로 없는 상태인 거죠.

 

이건 우리 제품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하 모먼트가 축적을 전제로 하는 모든 제품의 공통 함정입니다. 가계부 앱, 습관 트래커, 일기 앱, 건강 기록 앱 전부 같은 구조를 갖고 있어요. 진짜 가치는 데이터가 쌓인 뒤에 나오는데, 사용자는 데이터가 0인 상태로 첫 화면을 만납니다.

 

그럼 뭘 해야 하나 — 데이터 안에 답이 있었다

 

이 관점으로 다시 데이터를 보니, 눈에 안 들어오던 숫자가 보였습니다.

 

지난 7일간 AI 기능 실행 161건 중 98건"알아가기" 인터뷰였습니다.

 

앱이 "○○님이 스트레스 받으면 주로 뭘 하나요?"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하면 알맞은 카테고리의 기억으로 저장해주는 기능이에요.

 

특히 최근 가입한 한 사용자는 나흘 동안 이 인터뷰로만 기억 75개를 쌓았습니다.

사람 5명을 등록하고요. 약속은 하나도 안 만들었으니 편지는 한 번도 못 본 사용자입니다. 그런데도 나흘 연속 들어왔어요.

 

또 하나. 앱이 매일 던지는 질문의 응답률을 보면:

 
노출 경로응답률

 

홈 화면 카드 61% (20/33)
푸시 알림 6% (2/36)

 

첫날부터 재미있는 경험은 편지가 아니라 "앱이 나에게 질문하는 것"이었고, 그건 이미 앱 안에 있었습니다. 저는 그걸 보조 기능으로 취급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편지는 2주 뒤에 오는 보상이고, 인터뷰는 첫날 바로 오는 보상입니다.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순서 관계였습니다.

 

정리 — 같은 함정에 빠질 분들에게

 

제가 이번에 배운 걸 체크리스트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① 아하 모먼트를 정의할 때 "얼마나 걸리는지"를 같이 적어라.
"약속 저장 시 편지 노출"까지만 적어두면 그게 첫날 가능한 일인 줄 착각하게 됩니다. "단, 기억 작성 후 2주 경과 시" 라는 조건이 붙어야 완전한 정의입니다.

 

② 아하까지의 공백을 메울 '즉시 보상'을 별도로 설계하라.
축적형 제품에서 이건 옵션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없으면 사용자는 가치를 보기 전에 떠납니다.

 

③ 코호트를 나눠서 반증을 시도하라.
"핵심 경험을 못 봐서 떠났다"는 1차 가설은 전체 데이터로는 완벽하게 맞아 보였습니다. 핵심 경험을 본 사람만 따로 떼보지 않았으면 영영 몰랐을 겁니다. 가설을 지지하는 데이터를 찾지 말고, 가설이 틀렸다면 어디서 드러날지를 찾아야 합니다.

 

④ 이미 있는 기능의 사용량을 의심 없이 보지 마라.
인터뷰가 전체 AI 사용의 60%였는데, 저는 그걸 "그 기능도 쓰는구나" 정도로 지나쳤습니다. 설계자가 중요하다고 믿는 기능과 사용자가 실제로 쓰는 기능이 다를 때, 데이터를 믿어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발견을 어떻게 제품에 반영했는지 적어보겠습니다.

 


 

이 글은 제가 만들고 있는 iOS 앱 me:mory 개발기의 일부입니다.
소중한 사람에 대해 알게 된 걸 담아두면, 필요한 순간에 알아서 꺼내주는 앱이에요.
👉 랜딩페이지 : https://me-mory.app/
👉 App Store: https://apps.apple.com/kr/app/me-mory/id6790031020?ct=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