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lesson learn

Lesson Learned (3) - 이벤트 없이 다섯 배가 됐다. 그런데 다시 오게 만들지는 못했다

jam3317 2026. 10. 13. 10:53

저는 공동주택 관리 업무를 돕는 AI 서비스 '아파트케어'에서 PO로 일하고 있습니다. 9월에 공고문 자동작성 기능에 '이미지형'을 추가해 배포했고, 얼마 전 팀 회고를 마쳤습니다. 회고 문서에는 지표와 파트별 점수가 남았지만, 거기에 다 담지 못한 배운 점을 따로 정리해 둡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런칭 이벤트 없이도 공고문 이용자는 약 다섯 배로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능을 만든 원래 이유였던 "다시 오게 만들기"는 아직 풀지 못했습니다.


어떤 기능이었나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소독, 점검, 명절 안내 같은 소식을 공고문으로 게시판에 붙입니다. 아파트케어는 내용을 입력하면 AI가 A4 문서 형태의 공고문을 만들어 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가 보였습니다.

  • 문서형은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소장님들은 만든 공고문을 외부 디자인 도구로 다시 이미지로 만들어 붙이고 있었습니다.
  • 공고문을 한 번 만들고 다시 오지 않는 사용자가 절반이 넘었습니다. 재방문의 계기가 될 새로운 가치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이미지형 공고문'입니다. 공고 내용을 넣으면 AI가 한 장짜리 안내 포스터를 만들어 주고, "배경을 더 밝게"처럼 말로 수정을 요청할 수 있고, PNG로 내려받아 바로 붙일 수 있습니다. 기존 문서형과 나란히 고를 수 있게 했습니다.


1. 진짜 원하던 기능에는 이벤트가 필요 없었다

상황

출시에 맞춰 런칭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만든 포스터를 실제 게시판에 붙인 사진으로 응모하는 이벤트였고, 문자 발송 채널과 경품, 응모 기능의 개발 범위까지 합의해 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배포 이틀 전, 이번에는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능 소개만으로 출시했습니다. 대신 배포를 원래 일정보다 나흘 앞당겼습니다. 소장님들이 추석 연휴 안내문을 만드는 시기에 맞추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과

배포 전 20일과 배포 후 20일을 비교했습니다.

  • 공고문 이용자 약 5배, 생성 건수 약 5배, 다운로드한 사람 7배
  • 서비스 활성 이용자 중 공고문을 쓴 비율 6% → 25%
  • 공고문 화면에 들어온 사람 중 실제로 생성까지 간 비율 42% → 71%
  • 공고문 이용자 10명 중 9명 이상이 이미지형을 썼습니다. 출시 때 잡은 목표(이미지형 사용률 30%)를 크게 넘었습니다

물론 추석 효과가 섞여 있습니다. 명절 안내문 수요가 몰리는 시기라 숫자가 부풀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같은 기간 문서형만 쓴 사람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수요가 이미지형으로 옮겨 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솔직한 이야기

사실 이 기능은 소장님들을 만날 때마다 나오던 요청이었습니다.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정말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래도 확신하지는 못했습니다. 원한다는 말이, 출시하면 쓴다는 보장은 아니니까요. 이번에는 그게 숫자로 확인됐다는 점이 가장 반가웠습니다.

배운 점

  • 사용자가 이미 제품 밖에서 우회하고 있는 일(외부 도구로 이미지 만들기)을 제품 안으로 들여오면, 끌어오는 장치 없이도 쓴다.
  • 이벤트는 수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있는 수요를 앞당기는 도구다. 이번에는 이벤트보다 타이밍(추석)이 더 큰 역할을 했다.
  • 요청을 받은 '횟수'보다 사용자가 '이미 대신 하고 있는 행동'이 더 강한 신호다. 다음에는 출시 전에 그 행동을 숫자로 먼저 확인하고 싶다.

2. 기능을 쪼개 배포해도, 경계는 함께 정의해야 했다

상황

원래는 이미지형 공고문과 '단지 로고·직인' 기능을 같은 공고문 화면에 함께 넣을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빨리 내보내기 위해 이미지형을 먼저, 로고·직인은 약 2주 반 뒤에 따로 배포하기로 나눴습니다. 그 자체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

쪼개고 나니 두 기능이 만나는 지점이 모호해졌습니다.

  • 로고 등록 안내를 이미지형에서도 보여줄지, 포스터에 로고를 넣을지를 기획 중간에 다시 정해야 했습니다. 알고 보니 '등록을 유도하는 안내'와 '결과물에 반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는데, 처음에 나눠서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 배포 전 QA에서는 생성 대기 화면의 팁 문구에 아직 출시되지 않은 직인·로고 안내가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회고에서 디자인 파트는 "연계된 부분의 기획이 부족했다. 기능을 쪼개더라도 확장될 작업을 고려할 수 있게 함께 정의해 달라"고 했습니다. 개발 파트는 "두 기능의 파일 업로드 코드를 하나로 합쳐 관리했으면 좋았겠다"고 했습니다.
  • 기획이 중간에 바뀌었는데, 일정 조율과 변경 내용 전달이 함께 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배운 점

  • 배포 단위는 쪼개도, 설계 단위는 쪼개면 안 된다.
  • 기능을 나눌 때는 "이번 배포에서 보이는 것 / 숨기는 것 / 다음 배포가 끼워질 자리"를 한 장에 정리해 함께 전달한다.
  • 기획이 바뀌면 변경 내역을 버전으로 정리해 디자인·개발에 보내고, 일정에 미치는 영향부터 묻는다.

3. 많이 쓰는 것과 다시 오는 것은 다르다

상황

숫자만 보면 성공입니다. 하지만 이 기능을 시작한 이유는 "한 번 만들고 떠나는 사용자"였습니다.

결과

  • 이미지형 이용자 중 1건만 만들고 그만둔 비율 64%
  • 1~7일 안에 다시 만든 비율 12%

출시 전 문제(절반이 넘는 사용자가 1건만 만들고 떠남)보다 나아졌다고 말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해석

공고는 명절, 소독, 점검처럼 일정이 생길 때 필요합니다. 원래 사용 주기가 깁니다. 그래서 20일, 7일 기준으로 재방문을 판정하기는 이릅니다. 출시 때 잡은 목표에도 '다음 달 재사용률'이 있었고, 그 판정은 이제부터입니다.

그래도 분명한 게 하나 있습니다. 이용자 수 그래프만 봤다면 이번 회고를 "성공"으로 닫았을 겁니다. 처음 정의한 문제를 기준으로 다시 보니, 아직 절반만 풀었습니다.

배운 점

  • 성공 지표는 출시 전에 정의한 문제에서 나와야 한다. 이용자 수는 결과일 뿐 답이 아니다.
  • 재방문을 보는 기간은 실제 사용 주기에 맞춘다. 공고문이라면 월 단위다.
  • 좋은 기능은 첫 사용을 만든다. 다시 오게 하는 건 "다음에 필요할 때 떠올리게 하는 장치"다.

다음엔 이렇게 하겠다

  1. 출시 전에 사용자가 이미 우회하고 있는 행동을 숫자로 먼저 확인한다
  2. 기능을 쪼갤 때는 경계 정의를 한 장으로 함께 전달하고, 기획 변경은 버전으로 관리한다
  3. 성공 판정은 처음 정의한 문제의 지표로, 사용 주기에 맞는 기간으로 한다

마치며

이벤트 없이 출시하기로 했을 때 솔직히 불안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기능 자체가 답이었습니다. 하지만 숫자가 좋을수록 "그래서 처음 문제는 풀었나?"를 다시 묻는 게 PO의 일이라는 걸 이번에 배웠습니다.

다음 회고에서는 재방문 숫자를 들고 돌아오겠습니다.